익숙하지만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있다. 멀쩡한 사람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180도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흐트러진 복장으로 아무데서나 눕고 틈만 나면 존다. 노상방뇨는 예사고 지나가는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어대기도 한다. 스스로 ‘예비군복 입은 개’라고 자조한다. 오죽하면 ‘군기 든 예비군은 예비군이 아니다’라는 우스개가 있을까.

1년 내내 ‘민간인’으로 살다가 며칠 동안 동원된 예비군들에게 현역의 기강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대부분 엄격한 처벌규정 때문에 훈련소집에 응한다. 예비군훈련장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종종 경악스러운 대형사고도 친다. 지난 13일 발생한 서울 내곡동 예비군 총기난사 사고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 예비군의 ‘묻지마 난사’로 애먼 사람들이 죽고 부상했다.

예비군 총기사고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70년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1월부터 8월까지 33건의 총기사고가 발생했는데 대부분 예비군과 관련된 것이었다. 예비군 총기관리나 기강이 엉망이었다는 방증이다. 1993년 6월10일, 예비군 창설 이후 최악의 사고가 터졌다. 경기 연천 포병사격 훈련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예비군과 현역 19명이 숨졌다. 이 사고는 예비군 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예비군 제도는 5·16 쿠데타 세력이 도입해 올해로 48년째다. 1968년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 기습을 감행한 ‘1·21사태’가 터졌다. 이틀 후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까지 겹쳐 한반도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박정희는 2월7일 경전선 개통식에서 “250만명 재향군인 무장”을 천명했다. 3월 말 227만명의 편성을 끝내고, 4월1일 대전 공설운동장에서 대규모 향토예비군 창설식을 가졌다(경향신문 1968년 4월1일자 1면). 군사정권은 안보를 빌미로 수백만 민간인을 ‘군대’ 편제 속에 묶는 데 성공했다.

예비군은 현재 345만명(2014년 기준) 규모다. 국가안보를 지키는 데 이 많은 예비군이 필요할까. 예비전력으로 쓰기엔 너무 방대하다는 게 중론이다. 예비군들이 훈련 참가로 잃는 시간과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이미 1970년대에 1조3000억원(한국국방연구원 연구)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현재 가치로 한 해 10조원대라고 한다. 예비군 제도는 비용이나 안전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예비군 제도는 군대 경험을 계속 상기시키고 일상 속에서 군대문화를 강화한다.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입할 수 있는 안보교육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되고 있다. 맹목적인 복종과 충성, 민주적 절차보다 결과만 중시하는 군대문화가 이런 교육을 통해 몸에 밴다. 하지만 총기난사 사고의 후속 조치들은 안전대책에 그칠 뿐 존폐를 포함한 예비군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예비군 무용론은 누구보다 예비군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예비군 아저씨들의 ‘개’ 오명을 벗겨줄 때가 되었다.


장정현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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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