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고가도로가 선을 보인 것은 1968년 9월이다. 서소문육교~아현동을 잇는 길이 942m의 아현고가가 효시다. 아현고가는 2014년 철거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도심 교통체증 해소에 일익을 했다. 고가도로는 경제성이 큰 장점이다. 기존 도로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얹기 때문에 도로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지 수용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60년대 이후 서울에 건설된 고가도로만 100여개에 달한다. 고가도로의 난립 이면에는 조국 근대화를 앞세운 군사정권의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1969년 3월22일자 경향신문에는 삼일고가도로(청계고가) 개통 소식이 1면을 장식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와 함께 테이프 커팅을 하는 사진도 나란히 실렸다. 아현고가에 이은 서울의 두번째 고가도로다. 67년 착공해 외자를 포함한 15억3000만원의 공사비를 들여 17개월 만에 개통했다는 소식이다. 이 기사에는 “도로 1m당 40만8000원의 돈더미로 청계천에 쌓아올린 이 고가도로에는 200와트 수은등 133개가 60m 간격으로 가설되었다”고 돼 있다. 형광등조차 귀한 시절이었다. 수은등이 비추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야경은 겉보기에도 장관이었다.


1960대 말~1970년대 서울 고가도로 건설을 주도한 것은 김현욱 전 서울시장이다. 군 출신으로 시장이 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박 전 대통령은 67년 대선을 앞두고 조국 근대화에 걸맞은 서울의 변화상이 절실했다. 김 전 시장과 함께 서울 도시개발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 다름 아닌 유명 건축가 김수근씨다. 서울 도심을 관통하고 순환하는 2개 축의 순환고속고가도로 밑그림도 건축가 김씨의 작품이다.

고가도로 철거는 교통의 중심을 자동차가 아닌 사람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시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2002년 동대문구 전농동의 떡전고가를 시작으로 서울시내 17개 고가도로가 속속 철거됐다.

최근 서울역고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거 대신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는 ‘7017 프로젝트’를 내놨다. 1970년 건설된 서울역고가에 17개의 통행로를 연결해 2017년에 재생시킨다는 의미란다. 폐철도를 재활용한 뉴욕의 하이라인파크가 그 모델이다. 대권을 바라보는 박 시장도 이명박표 청계천사업 같은 상징물이 절실할 수 있다. 고가도로의 보존가치나 고가공원의 안전성·관리 비용은 논외로 하자. 조국 근대화의 상징물과 도시 재생은 잘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조합이다. 도심의 흉물로 전락한 폐콘크리트에 녹색을 입힌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싶다.


박문규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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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