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숙 기자 yskim@kyunghyang.com


예나 지금이나 ‘아르바이트’ 하면 대학생이 떠오른다. 등록금을 대기 위해서든, 용돈을 벌기 위해서든, 최상류층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생들에게 ‘알바’는 필수과목이나 마찬가지다.

기록상으로 학생들이 처음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배재학당에 ‘자조부’라는 시설이 생기면서다.
여기서 학생들은 붓과 구두 등을 만들어 팔았지만 품질이 좋지 않아 더 이상 명맥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1930년대 이전까지는 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낮에는 농사나 상공업에 종사하고 밤에 야학을 하던 학생들은 있었다. 그렇지만 그걸 아르바이트로 보긴 힘들었다.


 


1970년대 대학생이 아이들을 모아 그룹과외를 하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제 성장이 본격화한 70년대부터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로는 가정교사 형태의 대학생 입주과외가 많았다. 사범대학이나 인기학과 학생들은 부잣집 중·고교 학생들의 ‘전용 가정교사’로 입주해 공부를 가르쳤다.
주인집 아들딸의 성적이 오르면 보너스로 옷을 선물받거나 식사를 대접받기도 했다. 가난하지만 머리 좋은 남자 명문대생과 제자인 부잣집 딸의 러브스토리는 심심찮게 회자됐다.

신군부가 80년 과외를 전면금지할 때까지 우수한 대학생들은 과외교사로 톡톡히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요즘에는 대학생이 과외 자리를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사교육 시장이 학원 중심으로 바뀌었고, 과외 전문교사로 일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80년대 들어 음식점·호프집 서빙이 새로운 알바로 등장했고 90년대에는 세태를 반영하듯 ‘심부름 알바’로 불리는 대행 아르바이트 시장이 형성됐다. 독신가정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면서 주민등록등본 떼주기, 장보기 등 잔심부름 대행이 시작된 것이다.
대행 아르바이트는 결혼식 하객, 술친구, 애인 등의 역할을 대행해 주는 단계를 넘어 늦은 귀갓길 도우미, 도서관 좌석 맡아주기, 연예인 사인 받아주기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됐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르바이트의 특성이다. 점포가 개업하면 현란한 춤사위로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는 ‘내레이터 모델’(행사 도우미)도 생겨났다.
벽보나 전단지를 통한 홍보가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게 되면서 등장한 일종의 이색 마케팅이다. 물론 남 앞에 서는 일이 쉽지는 않으니 숫기 없으면 하기 어려운 알바다.

아르바이트 역시 시대에 따라 진화하기도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한다.

최근 아이폰 열풍이 일면서 ‘아이폰 설명’이라는 과거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아르바이트가 생겨났다. 반대로 예전에 시체닦이 아르바이트가 이색 알바로 불리며 관심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대행업체에서 맡아서 하기 때문에 개인의 아르바이트로는 자취를 감췄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에는 나름의 ‘낭만’이 존재했다. 얼마 안되는 급료라도 받고 나면, 막걸리만 마시던 가난한 친구들에게 생맥주 한잔 ‘쏘는’ 문화가 있었으니.
하지만 ‘88만원 세대’가 되어버린 지금의 대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73%가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게다가 정규직을 갖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른바 ‘프리터족’이 탄생하는 등 알바의 개념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학도서관의 대출도서 1순위가 아직도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이라지만, 대학생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80년대 초반 소설 속의 주인공은 낭만적 방황을 계속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지만, 2010년 오늘의 대학생에게 청춘의 방황이란 사치스러운 단어가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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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