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은 기자

ㆍ결혼 기념일에 모두 ‘하늘나라로’

클라우디아 옥타비아는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딸로 서기 39년쯤 태어났다. 어머니는 클라우디우스의 사촌인 발레리아 메살리나였다. 메살리나는 남편을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미다가 48년 처형됐다. 클라우디우스는 그 뒤 역시 사촌지간인 아그리피나와 재혼했다. 아그리피나도 재혼이었는데, 전 남편에게서 얻은 아들 네로를 데리고 황실로 들어왔다. 옥타비아는 어릴 적부터 루시우스 실라누스라는 사람과 약혼한 상태였다. 하지만 술책이 뛰어난 아그리피나는 이 약혼을 물리고 자기 아들 네로와 옥타비아를 짝지어주었다.




그렇게 해서 네로와 옥타비아는 53년 6월9일 혼례를 올렸다. 하지만 옥타비아의 인생은 비극의 연속이었다. 아버지 클라우디우스가 이듬해 숨지자 네로는 옥타비아의 오빠인 브리타니쿠스를 독살한 뒤 황제 자리를 빼앗았다. 그 다음엔 네로와 친어머니 아그리피나가 권력다툼을 벌였다. 네로는 자기 어머니까지 59년 살해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옥타비아는 감정을 숨기고 사는 법을 배웠다.

기록에 따르면 로마 시민들은 네로를 싫어했지만 옥타비아 황후만큼은 좋아했다고 한다. 역사가 타키투스는 옥타비아를 가리켜 “귀족적이고 덕성있는 아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네로는 옥타비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점점 싫증을 냈다. 여러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며 옥타비아를 구박했다. 처음에 네로의 마음을 빼앗은 여성은 열서너살밖에 되지 않은 클라우디아 악테라는 소녀였고, 그 다음은 폼페이 태생인 포패아 사비나였다. 포패아에 빠진 네로가 옥타비아를 박대하자, 황실 주변에서 비난이 높아졌다. 네로는 옥타비아에게 사과하며 다독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포패아가 임신을 하자 네로는 아예 옥타비아와 이혼을 하고 내쫓은 뒤 포패아를 황후로 맞았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네로와 포패아는 옥타비아를 판다테리아라는 외진 섬으로 내쫓았다. 로마인들은 옥타비아에 대한 네로의 비정한 처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옥타비아를 복귀시키라는 거리 시위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엇나간 네로는 결혼기념일인 62년 6월9일 옥타비아를 처형해버렸다. 그 후로도 광인과 같은 악행을 일삼던 네로는 만 6년 뒤인 68년 6월9일 충실했던 전처를 그리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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