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장이 의원님 지역구에 있어서인지 우연히 의원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중국집이었지요. 칸막이도 없는 홀 한가운데서 의원님이 일행과 식사하고 계셨습니다. 손님들이 흘끔거려도 개의치 않으셨지요. 사인을 부탁하거나 사진을 찍는 손님은 없었지만, 의원님이 인기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식당 손님들은 한마음으로 의원님을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우리 국회의원이라는 자부심마저 감도는 것 같았습니다. 특권의식에 찌든 의원들의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소탈한 의원님의 모습은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원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의원님께 호감을 표하는 이유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토론하려면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의원님과 생각이 다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의원님이 대표 발의하신 ‘동물보호법 개정안’입니다. 의원님이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사실상 실행계획서라고 주장하신 것처럼, 모든 행동에는 숨은 의도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사실상 ‘개고기 금지법’입니다. 아울러 개와 다른 동물을 차별하는 ‘동물차별법’입니다. 지면관계상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개고기는 문명과 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다양성의 문제입니다. 이 점은 세계적인 석학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런 문제를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 중에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의 말대로 문명과 야만의 구분은 서구의 오만과 편견에 불과합니다. 서구적 가치가 곧 인류 보편의 가치는 아니며, 문화의 차이가 우열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인권 침해와 무관한 범위 내에서 문화의 다양성은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개를 먹는 문화와 먹지 않는 문화가 공존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의 공존은 시대적 과제입니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는 공존할 수 없고, 한국인과 예멘인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음식문화의 다양성조차 용납 못하면서 어떻게 성적 취향과 인종 및 종교의 다양성을 용납하겠습니까.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다양성을 강조하며 소수자의 편에 섰던 의원님의 행보와 어긋납니다.

 

둘째, ‘보편적 동물복지’는 개고기 금지를 위한 명분에 불과합니다. 복지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우선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폭염으로 수십만 마리씩 죽어 나가는 가축이 되겠지요. 반면 개는 이미 많은 혜택을 누리는 동물입니다. 그런 개를 먹지 않는 것이 모든 동물을 위한 길이라는 주장은,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줘야 중소기업도 잘된다는 낙수효과를 연상케 합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십 년간 낙수효과를 기대한 경제정책의 결과는 극심한 양극화였습니다. ‘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동물복지법 개정안 역시 애완동물과 가축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입니다. 이른바 동물복지 선진국의 현실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동물복지 선진국은 모두 세계적인 육류 소비국이자 수출국입니다. 개는 가족처럼 사랑하면서 개 먹는 나라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많은 동물을 죽이는 걸 당연시합니다. 정말 동물을 생각한다면 덜 키우고 덜 죽이면 될 텐데,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비난하는 건 아닙니다. 목축으로 문명을 일으킨 그들의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동물복지는 대량 사육과 도축을 정당화하기 위한 축산대국의 명분이며, 차별의 논리입니다. 동물과 그 밖의 생물, 애완동물과 가축의 차별입니다. 제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동물차별법’이라고 한 이유입니다. 개고기를 금지해도 다른 동물의 희생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는 절차상의 문제입니다. 법안 발의는 실태 조사와 전문가 의견 청취, 여론 수렴과정이 필요합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이 과정을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개고기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소비실태에 대한 조사도 부족하고 효능이나 위험성에 대한 연구도 없습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본격적인 조사와 연구가 먼저입니다. 개고기 문제는 동물보호단체와 개 사육업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역사학자와 문화학자, 동물학자와 식품학자의 견해를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와대에 개 식용 금지를 청원한 사람이 20만명이나 된다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반대가 우세합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합니다.

 

실태 조사도, 전문가 의견 청취도, 여론 수렴도 거치지 않은 법안을 밀어붙이는 행위를 ‘졸속 입법’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명하신 의원님이 졸속 입법을 감행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개고기 문제는 수십 년간 방치상태였습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의원님의 발의를 계기로 객관적인 연구와 생산적인 토론이 시작된다면 다행이겠습니다.

 

오늘은 말복입니다. 개고기 논란이 으레 반복되는 날이지요. 요즘은 논란이랄 것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만 난무합니다. 사회는 갈수록 다원화하는데,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아무쪼록 무더운 날씨에 건강히 의정 활동에 힘쓰시기를 기원합니다.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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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