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인 기자

ㆍ멕시코월드컵 8강전 ‘손’으로 득점

아르헨티나에는 독특한 종교가 있다. 이름하여 ‘마라도나교’. 1998년 아르헨티나의 전설적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의 38번째 생일에 그의 열성팬이 창시했다고 한다. 신도들은 마라도나를 숭배하는 ‘주기도문’을 외며, “그가 착용했던 유니폼을 경외하라” “아이들 이름에 디에고를 넣어라” 등의 ‘십계명’을 따른다. 성당 모형의 신주 꼭대기에는 축구화를, 종탑에는 축구공을 매단다.



1986년 6월22일 멕시코월드컵 8강전 아르헨티나 대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마라도나를 구국의 영웅으로 만든 ‘신의 손’ 사건이 있었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스포츠 경기는 한·일전과 같은 대표적인 앙숙 경기다. 82년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는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섬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 양국은 이 섬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영유권 분쟁을 벌여왔고, 아르헨티나 군부정권은 국내의 정치적 불만을 타개하기 위해 섬 탈환 전쟁을 택했다. 74일에 걸친 전쟁은 아르헨티나의 참패로 끝났다. 이 전쟁을 치른 지 불과 4년이 지났으니 당시 월드컵 무대에서 만난 양국 분위기는 짐작할 만하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자존심 회복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양국이 득점 없이 맞서던 후반 6분, 기회가 왔다. 골키퍼와 1 대 1 상황에서 마라도나는 공중에 뜬 공을 손으로 쳐 넣었다. 주심은 이를 보지 못했다. 마라도나는 다시 4분 만에 혼자서 경기장 중앙부터 수비수 5명과 골키퍼를 잇달아 제치고 아르헨티나에 두번째 골을 안겼다. ‘20세기 월드컵 최고의 골’로 꼽히는 멋진 골이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아르헨티나는 2-1로 승리했다.

경기 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마라도나는 “그것(첫 골)은 나의 손이 아니었다. 신의 손이 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도 반칙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강대국에 맞선 모국의 설움을 풀어준 그는 국민적 영웅으로 남았다.

그해 월드컵에서 마라도나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하며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다. 24년이 지난 2010년, 그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 무대에 다시 섰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유명한 두 골을 만들어낸 마라도나. 그가 만들어낼 축구 드라마에 축구팬들의 눈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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