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길거리에서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 그 많던 캐럴은 다 어디로 숨었는가. ‘징글벨’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 캐럴 음반을 내는 가수나 연예인들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1980년대 중반은 캐럴의 황금기였다. 음반시장에서는 다양한 캐럴 음반이 발매됐다. 국내외 가수, 합창단은 물론 코미디언들도 캐럴 음반을 냈다. 조용필·조영남·혜은이·이용·김도향 등 국내 정상급 가수, 마이클 잭슨·앤디 윌리엄스·호세 펠리치아노 등 외국 가수, 빈 소년합창단과 같은 합창단도 가세했다. 당시 두드러진 특징은 어린이를 상대로 한 캐럴 음반의 붐이다. <똑순이 크리스마스 캐럴> <KBS합창단 어린이 크리스마스 캐럴> <간난이와 영구 캐럴> 등 어린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음반이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용 캐럴 음반 붐의 주인공은 심형래였다. 심형래가 만든 음반은 이른바 ‘코믹 캐럴’이라 불릴 수 있는 ‘전통파괴형’ 캐럴이었다. 좋게 말하면 어린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한마디로 ‘바보캐럴’이다. 예를 들면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릴까 말~까…” 이런 식으로 부른 것이다. 바보 ‘영구’ 캐릭터로 인기를 끌던 심형래가 어눌한 목소리로 과장되게 표현한 캐럴이었다.

코믹 캐럴은 순식간에 퍼졌다. 그런데 너무 인기가 많은 게 문제였는지 당국의 된서리를 맞았다. 심형래의 캐럴은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유는 심형래가 가창력이 부족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심형래의 캐럴보다 당국의 조치는 더 유치찬란했다.

하지만 한번 불붙은 코믹 캐럴붐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경향신문 1987년 12월1일자 16면에는 ‘개그맨 코믹 캐럴송 인기’라는 제목 아래 당시 현상을 다루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김형곤이 <어때요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라는 타이틀로 발매한 것을 비롯해 김보화, 쓰리랑부부, 최양락, 김정식도 캐럴 음반을 냈다. 심형래는 방송불가에 굴하지 않고 이전 앨범과 유사한 <87 심형래 펭귄캐럴>을 출반했다. 코믹 캐럴의 인기몰이는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나 연간 300여만장이 거래되던 캐럴 음반 시장의 호시절은 갔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반 제작관행이 바뀌지 않은 데다 캐럴에 대한 관심마저 시들해지면서 캐럴 음반 시장은 급격히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이젠 캐럴을 틀어놓았던 전파사도, 음악사도, 빵집도 사라졌다. 거리에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 들은 게 없으니 기억할 캐럴의 추억도 없다.



박종성 |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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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