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찬 기자

ㆍ유명 미용실을 고리로 ‘추한 거래’

아름다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대회에서 등수에 들지 못한 참가자들은 진·선·미 등 입상 결과에 시비를 걸곤 했다. 선발 과정을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았다. 상처가 오래 곪으면 터지게 마련. 결국 1993년 부정이 불거져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미스코리아 타이틀을 돈으로 사고파는 관행이 드러난 것이다.



93년 6월 검찰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주최 언론사 간부와 서울 명동의 유명 미용실 원장을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일부 대회 참가자의 가족들도 불구속 입건되는 등 수사선상에 올랐다. 참가자 측이 미용실 원장을 통해 주최 측 간부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사실이 줄줄이 밝혀졌다. 미스코리아 진은 3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미스코리아는 미용실이 만든다’는 세간의 말을 일정 부분 증명했다. 브로커 역할을 한 명동의 미용실은 4번 연속 미스코리아 진을 배출한 곳이었다. 직원이 60여명에 이르는 이 미용실은 미인대회를 노크하는 여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돈으로 사서라도 왕관을 쓰고 싶어했다. 미스코리아 타이틀이 연예인이 되는 보증수표였기 때문이다. 이 미용실은 미성년자를 대회에 출전시키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결과 대회 주최 측은 몇몇 미용실을 지정업소로 점찍고 유착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용실 입장에서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비리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다.

검찰 수사는 대회 낙선자들의 제보로 시작됐다. 제보를 받은 검찰은 큰 기대 없이 ‘한번 알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수사에 나섰다가 ‘대어’를 낚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미스코리아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으며, 이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과거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미인대회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다. 방송의 미인대회 중계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를 열어 미인대회의 억압성을 꼬집었다. 결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2002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중계를 중단했다.

Posted by mx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