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4일 독일 작센안할트주 네브라에서 2차대전 때 숨겨놓은 보물을 찾던 도굴꾼 둘이 야산을 탐사하던 중 이상한 원반 하나를 주웠다. 직경 30㎝ 무게 2.2㎏의 청동제 원반에서 녹을 제거하자 금으로 된 태양과 보름달, 초승달, 그리고 별 문양이 드러났다. 도굴꾼들과 3년에 걸친 숨바꼭질 끝에 독일 경찰은 스위스 접경지역에서 이 유물을 확보했다. 20세기 최고의 고고학적 발견이라는 네브라 하늘 원반(Nebra sky disc)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원반에 담긴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우선 제작시기가 기원전 16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선사시대인 3600년 전 물건이라는 주장에 위조논란이 일었지만, 함께 발견된 청동검에 붙은 자작나무 껍질의 동위원소 측정 결과 진품으로 판명됐다. 원반 속 해 달 별 등이 가리키는 내용은 더욱 놀라웠다. 원반 양쪽 끝을 장식한 금띠와 해와 달의 배치가 네브라 지역의 하지, 동지와 일치했다. 게다가 윤달을 맞히는 방법까지 들어있었다. 원반은 당시 농사에 긴요한 절기를 파악하는 관측기구이자 달력이었던 것이다. 천문현상에 대한 문자 기록이 이 원반 1000년 뒤에나 나온 것을 감안하면 진정한 ‘오파츠(Out Of Place ARTifactS, 시대를 넘어선 유물)’였다. 여기에 원반의 금들이 영국의 콘월지역에서 왔다는 사실이 성분 조사 결과 추가로 밝혀졌다. 세계 4대문명과 동시대에 영국과 독일을 아우르는 문명이 유럽대륙에 존재하고 있었다니! 세계 문명사를 새로 쓰게 한 이 인류 최고(最古)의 하늘지도는 2013년 6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에서 가야인들의 천상지도가 발굴됐다. 무덤의 덮개돌로 쓰인 가로 160㎝ 화강암에 전갈자리와 궁수자리를 크기와 깊이가 다른 125개의 구멍으로 묘사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천(全天) 천문도인 고구려의 평양 성도를 바탕으로 제작한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와 함께 1600년 전 한반도 전역에서 별자리 관측이 성행했음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네브라 원반에 버금가는 유물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한반도 고대인들이 고도의 천문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역사 앞에서 옷깃을 여며야 할 이유이다.

 

<이중근 논설위원>

 

Posted by mx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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