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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정치윤리 ‘출처’ <出處>

정당마다 내년 4월 총선 준비가 한창이라고 언론이 전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제까지 사례로 보면 선거 전 더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던 정당이 선거에서 대개 이겼다고 말한다. 그와는 별도로 여당과 야당에서 이미 여러 명이 선거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출마 포기란 본인에게는 정치적 물러남인데, 그것의 함의는 간단하지 않다. 조선시대 지식인과 관료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윤리는 출처(出處)였다. 출처는 그들 삶의 윤리적 원칙에 가까웠다. 그것은 세상에 대한 섬세한 분별과 스스로에 대한 성실함이 필요한 일이었다. 출(出)은 조정에 나와 벼슬하는 것이고, 처(處)는 현직에서 물러나거나 벼슬할 수 있음에도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출’은 사람들이 대개 원하는 것이니 출처 원칙의 핵심은 ‘처’에 있었다. ‘처사(處士)’..

역사와 현실 2019.11.28

멈추지 않는 마녀사냥

16~17세기 마녀사냥의 광풍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 광풍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살육당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이 척결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마녀가 정말로 존재했을까? 1486년에 출간된 는 악마와 마녀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들은 이단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마녀사냥의 베테랑들이었던 도미니쿠스 수도회 수도사와 요하네스 슈프랭거(1438~1495)가 저술한 책으로, 마녀를 색출하고 고문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마녀사냥 안내서이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선 악마와 마녀의 존재를 증명하고, 2부에선 구체적 사례들을 제시하며, 3부에선 마녀를 기소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이 마녀사냥 가이드북을 보면 마녀 판별의 핵심 조건은 악마와의 계약이었다. 악마와 성관계를 통해 계약을 맺은 마녀..

역사와 현실 2019.11.21

명의를 지킨 이항복

백사 이항복(1556~1618)이란 재상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그는 소문난 익살꾼이요, 장난꾸러기였다. 소년 이항복은 요샛말로 좀 “노는 아이”였다. 한 가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는데, 그것이 바로 글공부였다. 그러나 마음먹기에 따라 사람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글을 읽기 시작했으나, 불철주야 노력한 덕분에 스물다섯에 어려운 문과시험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그로 말하면 상대를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입담에다 글솜씨까지 겸비하였던지라, 조정에서도 그의 인기는 대단하였다. 그가 활동하던 16세기 후반의 조정은 혼란스러웠다. 당쟁이 심해 다들 살얼음판을 기었다. 그럼에도 이항복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아, 언제나 유쾌하고 활달하기만 하였다. 무려 39년 동안 벼슬길에 있었던 데다 ..

역사와 현실 2019.11.14

상상력의 한계

는 한국 고전소설사에 보기 드문 판타지 소설이다. 원나라가 중원을 지배하던 시기, 중원 수복을 갈망하는 호걸 임성(林成)은 동지들과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표류한다. 이들은 요괴가 사는 아홉 개의 섬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낯선 대륙에 도착한다. 그 대륙의 이름은 태원, 중국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다. 태원의 면적은 사방 10만리, 그러니까 15억㎢가 넘는다. 지구 면적이 5억㎢이므로 애당초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어쨌든 스케일만큼은 대단하다. 참고로 의 무대인 중간계는 유라시아 대륙(5400만㎢)과 비슷하고,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는 웨스테로스 대륙은 고작 750만㎢이다. 는 주인공 임성이 이 거대한 대륙을 통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태원에는 목화토금수 다섯 나라가 있..

역사와 현실 2019.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