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5월 모스크바에서는 세기의 외교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었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주요 인물들이 속속 도착했다. 청일전쟁 후 삼국간섭으로 긴장에 휩싸여 있던 동아시아 각국도 거물들을 파견했다. 청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내정과 외교를 주물러왔던 이홍장이 왔다. 청일전쟁에서 그의 북양함대가 참패하는 바람에 세력은 많이 꺾였지만 국제적으로도 ‘동양의 비스마르크’로 알려진 거물이었다. 일본은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보냈다. 메이지 정부의 원로로 총리를 두 번 지내며 이토 히로부미와 당시 일본 정계를 양분하던 최고 실력자다. 조선은 민영환을 대표로 파견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이에 항거해 자결한 충정공 민영환, 그 사람이다. 윤치호도 대표단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