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씨(71)는 직업을 ‘화수’라고 말한 적 있다. 화가와 가수의 줄임말이다. 가수와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더 유명하지만, 스스로는 서울대 음대 시절부터 40년 넘게 ‘붓쟁이’로 산 자부심과 그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미술시장의 화제가 된 것은 “딴따라 미술이면 어때?”라며 고집스럽게 그려온 화투 그림이다. 시인 이상의 초상화에 수백개의 화투짝을 붙여놓고, ‘비와 우산’이라는 그림에서는 화투패 비의 조각들이 폭우처럼 쏟아지는 식이다. 그러나 미술의 새 조류로 매김하고팠던 화투 그림은 이제 법정에 서게 됐다. 무명 화가들에게 10만원씩 줘 붓질하도록 한 그림에 가벼운 덧칠이나 사인만 해 수십만·수백만원을 받고 내다 판 그에게 ‘사기’ 범죄의 굴레가 씌워진 것이다. 박수근·천경자·이우환까지 ‘위작’ 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