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칼럼

[시론]소홀해선 안될 가야역사문화권 정비

경향신문 2017. 9. 27. 13:57

가야사 복원의 목적은 삼국의 역사로만 인식되고 있던 우리 고대사에 더욱더 풍부하고 다양한 역사가 실재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자는 것이다.        

 

가야사연구자로서 가야의 역사와 문화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고 역사적 사실로 정리하는 일에는 언제나 무한한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 과정과 결과는 현재를 사는 우리 국민과 공유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천적 의미를 가진다.

 

문화유산은 과거 사실 자체로 현재의 우리를 과거로 통하게 하고 우리 미래의 보장과 발전을 지향하게 한다. 문화유산의 존재가치는 과거에 실재했던 역사와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임과 동시에 현재의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을 위한 교육적 활용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앞으로 진행되어야 할 가야역사문화권의 정비와 복원은 가야사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이 함께 이뤄질 때 의미가 있다.       

 

특히,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그동안 소홀했던 가야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고대사의 의미를 새롭게 자각하고 더 넓은 역사적 시야를 가지게 한다는 의미에서라도 가야역사문화권의 정비와 복원은 꼭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에게 역사문화권의 정비와 교육적 활용의 대표적 경험은 경주 중심의 신라역사문화권에서였다. 1970년대부터 경주 문화유산에 대한 대대적 발굴이 있었고, 이러한 발굴을 통해 정비 복원된 화려한 문화유산들은 국민에게 우리나라 역사의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교육 자료로 활용되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청장년들이라면 누구나 경주 수학여행의 추억쯤은 가지고 있고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도 경주는 역사문화교육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문화교육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리나라의 근대적 발전에 정신적 동력으로 작용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의 역사문화권 정비와 결합한 문화유산 교육방식은 이전 시대와 달라져야 한다. 역사문화권을 활용한 문화유산 교육이 지역관광사업 일부로 그쳐서도 안 되며, 자기 지역의 우월성을 강조하거나 다른 역사문화권과 경계를 만드는 일에 초점이 맞추어져서도 곤란하다. 우리 자신이 사는 공간 공간마다 깃들어 있는 오랜 기억들을 반추하며 역사문화 인식의 깊이를 더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가야역사문화권의 정비와 이를 통한 교육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가야역사문화권의 정비가 한국고대사를 제로섬 상태에서 기존에 삼분되었던 것을 사분하자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한국고대사의 영역을 넓히고 더욱더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가야 외에도 부여, 옥저, 동예, 탐라와 같은 더 많은 고대사의 흔적과 기억들이 있다. 가야역사문화권의 정비와 가야사 복원은 바쁘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 머릿속에서 누락되었던 다양한 역사문화의 실재들을 되찾아 내는 작업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가야사 복원 사업이 ‘가야사 만들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중앙정부가 가야사 복원 의지를 밝힌 이후 가야역사문화권의 지자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업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데 어느새 예산쟁탈전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끝까지 통일되지 못했던 가야의 멸망이 다시금 머리에 떠오른다. 이런 계획 중에는 가야불교를 주제로 하는 것도 많은데 고구려보다 300년 이상 빠르게 전래하였다는 설화적 기록을 역사로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 고대사학계에서는 인정할 수 없었던 설화였다. 가야의 허왕후가 인도에서 왔느니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주장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가야사의 복원은 엄정한 역사적 사실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수께끼에 싸인 가야사를 새로 밝히는 데는 새로운 유적의 조사와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결과는 가야역사문화권의 정비를 통해 전파되어야 한다.

 

가야역사문화권의 교육적 활용은 한국고대사의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적 실재를 접하게 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단계의 역사적 상상력을 함양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가야역사문화교육은 고고학적 증거물을 토대로 고대사 복원의 영역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후대의 윤색과 왜곡으로 가려졌던 것들을 다시 발견하는 일이며, 이것들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역사적 상상력을 함양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비단 물질적인 가야 유물과 유적뿐 아니라 가야사의 문자기록에 설화와 민속까지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문화유산교육을 통해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영식 | 인제대 교수·인문문화융합학부>